인물 사이의 관계

[인물 사이의 관계] 화욱에게는 세 부인이 있었는데, 심씨에게서 장자 화춘을, 정씨에게서 차자 화진을, 그리고 요씨에게서 딸 화 빙선을 얻었다. 요씨는 일찍 죽었고, 후에 화욱과 정씨가 잇달아 죽었다. 성 부인은 화욱의 누이로, 과부가 되어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. 하루는 요 부인의 유모 취선이 빙선 소저를 대하여 흐느끼며 이르기를, 어르신과 정 부인의 은덕으로 소저와 둘째 공자( )에 대해 염려하지 않았더니, 두 분이 돌아가시매 문득 독수 ( )에 들었으니 이 늙은이가 차라리 먼저 죽어 그 일을 아 니 보고자 하나이다. 소저가 눈물을 삼키며 대답하지 않더니, 취선이 또 말하기를, 정 부인이 돌아가신 후에 그분이 거하시 던 수선루( )의 시녀들이 가혹한 형벌을 받은 자 많으니, 아아, 정 부인이 어찌 남에게 해악을 끼쳤으리오? 하니, 소저 또 대답하지 않더라. 이를 난향이 창밖에서 엿듣고 심씨에게 고한대, 심씨 시비 ( )를 시켜 소저를 잡아 와서 꾸짖기를, 네 년이 감히 흉 심( )을 품고 진이와 함께 장자( )의 자리를 빼앗고 나 를 제거하고자 천한 종 취선과 모의한 것이 아니냐? 하니, 소 저가 당혹하여 말도 못하고 구슬 같은 눈물만 흘릴 따름이라. 심씨 또 화진 공자를 오라 하여 마당에 꿇리고 큰 소리로 죄를 묻기를, 네 이놈 진아, 네가 성 부인의 위세를 빙자하고 선친 ( )을 우롱하여 적장자( ) 자리를 빼앗고자 하나 하늘 이 돕지 않아 대사( )가 틀어졌더니, 도리어 요망한 누이와 흉악한 종과 함께 불측( )한 일을 꾀하였도다. 하니, 공자가 통곡하며 우러러 여짜오되, 사람이 세상에 나매 오 륜( )이 중하고 오륜 중에 부자지간이 더욱 중하니, 부친과 모친은 한 몸이라, 소자 선친의 혈육으로 모부인을 가까이 모 시고 있는데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시나이까? 누이가 비록 취선 과 말하긴 하였으나 사사로운 정을 나눔이 큰 죄 아니고, 혹 원망의 말이 있었어도 취선이 하였지 누이가 하지는 않았으니, 바라건대 모친은 측은지심( )을 베푸소서. 소저 여짜 오되, 큰집 작은집이 모두 혈육이니 이 자리를 빼앗고 저 사 람과 협력한다는 말씀은 만만부당하나이다. 하니, 심씨 크게 노하여 쇠채찍을 잡고 소저를 치려 하니, 공자는 방성대곡( )한대, 화춘의 부인 임씨가 심씨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 리며 만류하니 심씨 더욱 노하여 노비로 하여금 공자를 잡아 내치라 하고, 임씨를 꾸짖어, 너도 악한 무리에 들어 나를 없 애려 하느냐? 하더라. 이때 비복( )들이 황황히 중문 밖에 모여 흐느끼더니, 마 침 빙선의 약혼자 유생이 화씨 집으로 오다가 공자가 찢어진 베옷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물으 니 공자가 부끄러워 대답을 못하는지라. 유생이 큰 변이 있는 줄 알고 화춘을 만나려고 시묘( )하는 곳에 가니 춘이 없는 지라. 동자가 한송정( )에서 낮잠이 드셨다고 아뢰니, 유 생이 그곳에 올라 보니 과연 대공자( )란 자가 창틀에 다 리를 높이 얹고 코를 골며 옷을 풀어 헤치고 자고 있거늘, 유생 이 탄식하기를, 쯧쯧, 도척( )과 유하혜( )*가 세상에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더니, 어찌 오늘 다시 이런 형제를 보는 가? 하고 발로 차서 깨우면서, 그대의 집에 큰 변란이 일어났 으니 빨리 가 보라. 하니라. 화춘이 놀라 급히 내당에 들어가니 심씨 바야흐로 계향으로 하여금 빙선 소저를 매질하고 취선은 이미 6, 70대를 맞고 다 죽어 가는지라. 심씨 화춘이 오자 손뼉 치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저와 취선의 말을 더욱 꾸며서 화춘을 격노케 하니, 화춘이 이르기를, 소자 이미 진이 남매가 이 같은 마음 을 품었음을 알고 있었으나, 둘이 고모와 합심하였으니 형 세로는 지금 당장 제거하지 못하옵고, 아까 유생이 이미 이 변을 알고는 얼굴빛이 좋지 않았나이다. 또 고모께서 머지 않아 돌아오시면 반드시 크게 꾸짖으실 것이니 이번은 의 당 참고 때를 기다리소서. 심씨가 땅을 두드리며 발악하기 를, 성씨 집 늙은 과부가 내 집에 웅거하여 생각이 음흉하 니 반드시 우리 모자를 죽일지라. 내 비록 힘이 모자라나 그 늙은이와 한판 붙어 보리라. 또 유생은 남의 집 자식이 라, 어찌 우리 집안의 일을 알리오. 필시 진이 유생에게 알 려 나의 부덕함을 누설하였으리니 내가 응당 네 앞에서 결 단하리라. 하니, 화춘이 부득이 화진 공자를 붙들어 와 가혹한 매를 가하니, 공자가 이미 그 모친과 형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한 마디 변명도 없이 20여 장( )에 혼절( )하는지라. - 조성기, 창선감의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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